[인터뷰] 제2의 전성기를 달리는 그라운드의 꽃미남 심소연 선수.

 “지금이라면 마흔 살까지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패기 있는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확실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태극여전사가 있다.

그라운드에서처럼 자신감 넘치고 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겸손하고 온순한 모습이었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기둥이자 꽃미남 축구선수로 유명한 심소연 선수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울에서 세종시로 향했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먼 거리 이동을 걱정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심소연 선수의 웃는 모습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WK리그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에서 세종스포츠 토토 여자축구단으로 팀을 옮긴 심소연은 170cm의 큰 키에 빼어난 외모와 실력을 겸비했다.

한국여자축구대표팀에서 중앙수비를 맡고 있는 그는 팀 내 수비라인을 탄탄히 지키고 있다.

가장 활발했던 활동 시기에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가 지금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아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허심 탄회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새 팀으로 새 출발=지난해 WK리그 시즌을 마친 뒤 심소연은 3년간 뛰던 인천 현대제철에서 계약 종료와 함께 팀을 떠나게 됐다.

마침 세종스포츠 토토팀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팀은 대표팀 시절 그녀와 사제의 인연을 맺은 윤덕여 감독을 새 수장으로 선임한 상황이었다.

윤 감독의 요청으로 새 팀으로 인연을 맺게 된 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계약이 끝나 여러 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새 팀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님이 직접 전화해 주시고 제안해 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마침 세종스포츠 토토 구단에 대한 좋은 생각도 있었고 친한 동생들도 있었으니 고맙게 받아들이고 손을 잡는 것. 새로운 감독님과 선수들이 합류해서 팀도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그는 일찍이 소속된 세 팀에서 모두 한 번씩 우승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된 세종스포츠 토토팀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녀는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더 나은 목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는 팀이 5위여서 올 시즌은 한 계단 위인 4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잘할 수 있다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면 가장 좋을 텐데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어요. 팀에 어린 후배들이 많아요 너무 착하고 좋은 후배들이기 때문에 위로해주는 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훈련할 때는 열심히 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게 우리 팀의 장점입니다.

터널 같았던 시련의 시간, 그런 그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에게 2015년은 희비가 엇갈린 시기였다.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 주전 수비수로 나선 그의 활약으로 한국은 여자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 뒤에 기다린 것은 부상이라는 큰 시련이었다.

2015년 8월 1일 동아시아경기대회 중국전에서 무릎을 다쳐 들것에 실려 왔다.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캐나다 월드컵에 나가기 몇 달 전에 대표팀이 키프로스컵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제가 그때 발목을 다쳤거든요. 쉬어야 할 상황에서 월드컵 리그가 개막됐는데 출전하지 못한 채 두 달 정도 재활만 하다가 월드컵 멤버로 소집돼 캐나다로 간 거죠. 팀에 미안할 따름이었죠. 그래서 월드컵에 다녀온 후에 팀 경기를 다 뛰었어요. 너무 많이 뛴 상태에서 쉬지 않고 동아시아대회 대표팀에 소집돼 나가게 됐죠.

강행군의 속행으로 몸에 무리가 온 것이었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이 시작된 지 10분도 안 됐을 때 그는 패스 미스를 범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을 빼앗으려다 부상을 당했다.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라는 그녀의 말에서 그는 정말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났다.

부상으로 그의 축구 인생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부상의 트라우마로 거칠었던 플레이 스타일은 소극적으로 바뀌었고 몸은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이 쌓여 축구를 하는 동안 몸도 마음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은퇴를 고민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

제2의 전성기를 이루기 위해 도와준 은사 부상 얘기를 하면서 무거웠던 심서연 선수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진 것은 축구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은사를 만나는 순간 화제를 바꾸면서부터였다.

그가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축구를 즐기게 한 첫 은사는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 허강 선생이라고 했다.

처음 선생님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치료법과는 달랐어요. 치료가 너무 아픈데다 다친 곳의 무릎이 아니라 전신을 마사지하기 때문에 치료에 대해 고민하거든요. 그런데 3일 지나고 나니 무릎의 붓기가 가라앉고 다리도 가벼워진 것입니다.

그렇게 몸이 치료를 받아들이면서 2달 정도 지나야 마음도 새로워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축구를 다시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아프면 선생님 찾아주세요.

두 번째 은사는 2019년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콜린 벨 감독이다.

그해 심소연 선수의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할 무렵 콜린 벨 감독이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벨 감독으로 대표팀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가 다친 뒤 선수로 끝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감독님을 만났어요. 첫 미팅에서 감독이 난 네 이름도 몰랐다.

다만 14번 등번호를 달고 뛰는 네 경기를 보면서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제 실력을 믿어주고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계속 같이 가자고 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어요.

또 하나의 전성기 시작 지점에서 그는 얼마 전 전직 운동선수들이 모여 축구에 도전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단합해야 한다.

출연을 했던 자연스럽게 출연자들과 어울려 예능감을 자랑했던 탓인지 함께 출연했던 가수 임영은과의 열애설도 나왔다.

그는 임영은 씨가 축구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친분으로 출연하게 됐는데 그건(열애설) 정말 아니에요. 다만 많은 분들이 여자 축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통해 전성기가 시작되는 그가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콜린 벨 감독 체제에서 어린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의 한국 여자축구의 전망을 밝게 봤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도 있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도 있어요. 처음엔 어린 선수들이니까 괜찮을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자신감이 넘치고 너무 잘하더라고요. 오히려 적극적인 모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 세대가 물러나면 이 선수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심소연 선수는 새 팀 출범을 시작으로 WK리그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은퇴할 때까지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황금세대의 한 축으로 한국 여자축구에 전성시대를 열었던 그의 바통이 다음 세대에도 전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