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Day 30,31 비가 오지 않아도 온토폭포, 18년 전 추억 1100고지(feat. 동성식당)

4.14.

결국 와버렸다.

한 달 살림 끝 ‘시간 순살’은 이럴 때 쓰는 말이야.그 어느 때보다 빨리 지나간 것 같아.돌아가고 싶지 않았는지 어젯밤은 악몽에 잠을 설쳤다.

일찍 일어나 마지막 산책을 나갔다.

며칠간 비 소식이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어젯밤부터 비가 내렸다.

지난해에는 더 일찍 시작하고 수량도 많았지만 올해는 시작도 더디고 하루 낮췄다가는 오전에 그쳤다.

귀농해 날씨에 민감한 생활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빠르게 기후변화가 악화되고 있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오늘 바다는 너무 거칠다.

파도가 절벽을 집어삼킬 것 같다.

비오는 풍경을 정자에 앉아 잠시 바라보고 돌아왔다.

안동에서도 이런 루틴을 만들고 싶다.

좋은 풍경도 같이.보름 동안 편하게 지내던 숙소를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

남편은 가만히 있기보다 빨리 나와서 하나라도 더 보고 가자고 한다.

그러게 차라리 빨리 가버리자!

아침 식사로 남편의 최애 메뉴인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선택했다.

가격도 좋고 야채가 많이 올라서 요즘 제일 맛있는 두루치기였어.

원래 마지막 관광지는 수영 앨리스였다.

정보 검색이 게을러 습지까지 1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급변경!
연애할 때 갔던 1100고지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온토폭포도 같이~

들어가는 산책로에서 보이는 암벽이 멋지다.

차로 들어갈 때 엄청난 암벽을 봤는데 폭포 주변이었던 것 같아.

전망대에 도착했는데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역시 폭포는 없었다.

밤새 비가 왔지만 수량은 많지 않았다.

듣기로는 70mm 이상 와야 폭포를 볼 수 있어.

그래도 폭포가 생긴다는 절벽은 장관이다.

폭포는 내 상상속에…

나가는 길은 산막을 지나고 있다.

가파도가 보인다는데 구름이 숨어 버렸다.

휴게실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은 1100고지에 516도로 나무숲터널도 멋있지만 여기 못지않다.

산 아래쪽은 잎과 푸르스름하지만 1100고지에 가까워질 정도로 아직 겨울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착했을 때 주위의 풍경에 깜짝 놀랐어요!
한라산이 이렇게 잘 보이네!
18년 전 같다.

연애적 가을에 왔는데 올라가는 길에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어. 안개가 많이 껴서 휴게소 주변 풍경은 못봤는데 가는 길이 너무 멋져서 또 꼭 올 줄 알았는데 18년이나 걸릴 줄이야~

전에 가본 적 없는 습지 일주 이전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막 피기 시작한 잎

이끼 낀 바위를 보면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캐릭터가 생각난다.

신나게 일어날 것 같다.

순식간에 생긴 구름이 용천중.

밤에 별을 보러 올 줄은 몰랐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제주시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반대편보다 환상적이다.

어리목 탐방소 근처에서 보이는 오름과 한라산 능선에 이끌려 주차장까지 들어왔다.

옛날에 베스트 프렌드와 영실 코스로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정상 부근의 평원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제주항에 가기 전 시간이 남아서 발견한 카페에서 마지막 제주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각종 병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실은 병을 재활용해 사용하는 카페였다.

멋도 좋고 마당도 예쁘고 비가 안 왔으면 밖에 앉아도 좋았을 것 같아.나중에 따로 올리는 걸로~

발트글라스 카페 제주항 도착. 한달만인데 어제처럼 이렇게 낯설다니~ 기분이 너무 이상해.5시에 출발해서 여수에 11시 넘어서 도착하면 안동에 오전 3시 도착 ㅠ 올 때와 달리 파도가 세서 취했다.

다행히 누워있으면 훨씬 나아졌고, 오는 내내 바닥과 일체가 됐다.

과거 해외에서 한 달 살 때와는 사뭇 다른 제주. 볼거리가 다양해 한 달 산다고는 하지만 단기 여행을 온 것처럼 거의 매일 관광 모드였다.

그래서 조금은 힘이 들기도 했다.

항상 제주에 올 때마다 화창한 날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반 이상 비가 오지 않아서 충분히 제주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둘 다 돌아가서 할 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다음 한 달 살기는 정말 작은 마을에 틀어박혀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다.

그런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제주…당분간 안녕…쿨하게 헤어지자…